과학 철학자로 유명한 쿤과 포퍼를 중심으로 과학이라는 의미를 이야기 하는 책. 포퍼의 반증주의에서부터 쿤의 패러다임, 라카토쉬, 파이어아벤트 등 과학 철학자들이 정의하는 과학의 의미를 살핀다.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과학이라는 의미를 정의하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어렵다는 점인데, 우리는 흔히 반증이 가능 –포퍼가 말한– 하거나 과학적 사고, 과학적 실험 등을 동반한 것을 과학이라 보고 그렇지 않은 것을 비과학적 –점성술 같은– 이라고 믿지만, 실제로 과학자들은 과학적으로 과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책에 나오는 사례는 놀랍게도 뉴턴이다– 그러한 것들로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게 쉽지 않다.
쿤이 패러다임 이론을 통해 정상 과학이라는 것도 결국 범례들의 집합이며, 언제든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 했듯이, 결국 과학이라는 것도 근원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믿음’ –나는 양자역학을 ‘믿는다’– 이기 때문에 종교라든가 비과학과 과학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과학이 성공적인 범례들을 체계적으로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비과학과 구분하는 것은 유용한 기준이다. 점성술보다 과학이 이룩한 업적이 훨씬 크니까.
이런 논의를 볼 때마다, 예전에 읽으면서 감탄을 했던 ‘파도는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어디까지 파도인지 구분할 수는 없지만 파도라는 실체는 분명 존재한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구분할 수 없다고 정의를 부정하는 것도 문제고 –제논이 ‘움직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 것처럼– 구분에 집중해서 본질을 흐리는 것도 문제다 –반증주의를 기준으로 하면 뉴턴도 사이비 과학자가 된다–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과 경계를 명확히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모두 받아 들여야 올바른 현실 인식이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