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고도라는 알 수 없는 인물을 기다리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 희곡입니다처음에 희곡인 줄 모르고 책을 펼쳤다가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놀랬지요
사실 이 책을 읽고 이전의 파리대왕이나 데미안과 같이 '도대체 이건 뭔 내용인가' 알 길이 없어 대충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무슨 인간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책이라고 나오는데그 설명을 보고는 개인적으로 제가 부조리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참 알 수 없었습니다저자인 베케트가 주인공들이 기다리는 고도가 누구인지 스스로도 몰랐다고 밝힌 것처럼이 책 역시 파리대왕이나 데미안처럼 별다른 의미 없이 그저 상징적인 요소들이나 좀 삽입해서 쓴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했지요 –전체적인 맥락 하에 부합되는 상징적 요소들이 삽입되어 있다면 이해도 쉽고 생각해 볼만한 여지가 많은데 전혀 뜬금 없이 삽입되는 상징적인 요소들은 개인적으로는 참 불쾌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상징적인 요소들을 전체 맥락에 맞게 삽입하여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기는 합니다만
읽다보면 두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이 굉장히 바보 같고 갑갑하게 느껴지는 행동들을 반복하고 있어서저자가 코메디 연극을 만들려고 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제는 옛날 코메디 지금 보면 별로 재미 없듯이 이 이야기도 지금보면 그리 재미있지는 않다는 데 있습니다 오히려 요새 나오는 '병맛' 나는 맛은 좀 있더군요
사실 연극은 좀 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얼마 전 공부한 시나리오 작법에 의하면 초보 시나리오 작가의 특징으로 '대사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을 이야기 하던데이 희곡이 바로 그러한 형태로 행동보다는 대사가 하도 많아 읽는 것 자체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고실제 연극을 봐도 그리 재미있을 것 같겠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더군요 –애초에 희곡이라 제가 글로 쓰여진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희극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1984와 동물농장을 읽고 눈이 좀 높아진 탓인지 이런 류의 책은 앞으로 정말 읽기 싫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그건 순전히 제 취향이니 이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시거나 인간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것이 무엇인가 궁금하신 분이시라면 한 번쯤 읽어 봐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