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이해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겠지만, 철학을 세상을 이해하는 지식이나 관점 정도로 본다면 철학사는 인류가 세상을 이해하는 지식과 관점의 확장 경로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시각이 중세시대 신을 모든 것의 진리라 여기던 것에서 근대에 이르면 그 신의 자리에 주체(인간)가 자리 잡게 되고, 이후 탈근대화를 맞이하며 인간 또한 여러 관계들 중 하나일 뿐이며, 진리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까지 이르게 된 것인데 –이후엔 뇌과학이나 생물학 등의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철학은 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리라 봅니다.– 이는 마치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시대에서 시야가 넓어지자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후에 태양마저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는 흐름과도 유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인류가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 믿었던 때에도 사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었고,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고 믿었을 때도 사실 태양은 우주의 중심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입니다. 현상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인류의 지식이 발전하고 시야가 넓어짐에 따라 본래의 현상에 근접하게 된 것이죠.지금의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이나 시야 또한 마찬가지라 현재의 지식은 지난 시기의 것을 기반으로 보다 조금 더 넓고 깊게 쌓였을 뿐, 지금 시점이 지식의 완성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현대의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아무래도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에 근접한 지식이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새로운 틀에 의해 –마치 맑스의 사회주의나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철학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여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한 것처럼– 지식이나 시야의 확장이 이루어질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야의 확장이 현시대에서는 뇌과학이나 심리학, 생물학과 같은 과학이 이루어낸 성취와 현사회 현상을 과학적 절차와 방법으로 관찰하기, 또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과 같은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가능하리라 봅니다. –괜히 여기저기서 융합의 시대라 하는게 아니죠.– 책의 저자 또한 마지막에 이와 같은 내용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철학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든 –삶의 방향성이라든가,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이나 지식으로 본다든가, 혹은 그 모두라든가 등등– 제가 여러번 글에 썼듯 철학이 없는 삶은 위험합니다. 설령 자신의 철학이 방향을 바꿀수 있을지라도 적어도 성인이라면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자신의 생각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것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 믿습니다.자신의 철학이 어떠하든 자신의 철학을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철학이나 인류 철학의 흐름을 이해해 보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라 생각하고 또한 이 책은 바로 그런 면에서 참 좋은 책이기 때문에 한 번쯤 읽어 보면 좋을만한 책이라 생각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