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의해 일어난 재난에 대한 이야기. 자연 재해를 다루는 <재난은 몰래 오지 않는다>과는 차이가 있다. 대단히 현실적이고, 통찰력 있고,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따로 공부할 필요가 느껴질 정도.
책의 주요 주제는 재난이란 시스템의 속성에 기인하는 시스템적인 사고라는 것이 핵심. 일반적으로 원자력 발전 사고나 항공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가 일어나면 보통 그 운용자의 실수를 책임으로 돌리는데, 사실은 시스템의 복잡성과 연계성이 핵심이고 운용자의 실수는 그저 트리거일 뿐이므로 운용자에게 책임을 돌리기 보다 시스템의 복잡성과 연계성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이 논의를 따라가면 사고 자체는 대단히 필연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작은 사고가 연쇄 되어 큰 재앙이 되지 않게 하는 것과 사고가 일어 났을 때 그에 대한 처리.
사실 시스템의 복잡성 자체는 줄일 수는 없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의 복잡성을 줄일 수는 없는 노릇– 연계성 같은 것을 느슨하게하여 사고가 연쇄되어 대형 재난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재난이 발생했을 때 더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 주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더불어 재앙에는 시스템 자체만이 아니라 조직 문화나 경제적인 요인도 관여도가 깊은데, 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무리하고 운용되게 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경직된 조직구조 때문에 대응에 실패해서 큰 참사로 이어지는 –부기장이 기장의 권위에 눌려 제대로된 피드백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항공기 추락 사고 등– 것 등이 그것. 이런 부분도 개선해야 하는 부분으로 꼽는다.
대단히 좋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나오는 사례가 너무 길고 많아서 지루한 감이 있다 –마치 엄청난 분량의 사고 보고서를 읽는 듯한 느낌–. 덕분에 읽다가 한 번 포기한 적도 있음. 그래도 그 부분만 잘 넘기면 사고를 넘어 조직 사회 구조와 시스템에 대해서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한 번 쯤 읽어 볼만한 책이라 생각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