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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개인적으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통찰은 바로 다윈의 '자연 선택'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제가 생물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종의 기원을 비롯하여 다윈의 저술을 전혀 읽어 본 적이 없었지만, 제가 관심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복잡계, 진화심리학 뿐만 아니라 경제, 경영 그리고 사실상 현대의 거의 모든 학문 분야–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이 점차 받아들여지고 발전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언젠가 이 책을 읽고 어떻게 그러한 통찰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었고, 이번에 시간적 여유가 넘쳐나게 되면서 읽게 되었는데, 제가 그전까지 갖고 있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사실 제가 이 책을 다 읽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울만큼 저는 이 책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생물학적 지식이 부족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책의 난이도가 무척이나 높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이 책을 쓰기 위해 그리고 '자연 선택'이라는 통찰을 얻기 위해 다윈이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덕분에 인류사에 길이 남을 이 위대한 통찰이 결코 우연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윈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실험들을 굉장히 오랜 기간 실행했는데, 예컨대 단순히 동물들의 사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씨앗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식물의 씨앗을 그냥 물에 빠뜨려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실험해 본다거나 죽은 새의 위 속에 존재하던 씨앗을 다시 꺼내 싹을 틔웠을 때 생존하는 확률을 실험하는 등 –그냥 물에 빠뜨린 씨앗은 얼마 못 살지만, 새의 위 속에 들어 있던 씨앗은 놀라운 정도의 질긴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은 다윈이 이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을 지속해 왔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또한 인간이 사육재배를 통해 사육동물이 변이를 일으키는 것에서 착안해 –빠른 말이 필요한 지역에서는 사육자들이 빠른 말 위주로 교배를 시켜서 느린 말은 도태 되고, 힘센 말이 필요한 지역에서는 사육자들이 힘센 말 위주로 교배를 시켜서 힘이 약한 말은 도태가 되는– '자연 선택'이라는 통찰을 이루어 낸 것 역시, 그가 결코 우연적으로 이 결과물을 얻어낸 것이 아니라, 그의 철저한 과학적인 관찰과 실험, 합리적인 추론에 기반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 줍니다.
저 역시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께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릴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이 위대한 통찰을 만들어 낸 다윈에게 진심을 다한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