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그 어렵고 지루했던 종의 기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은 이유는 –사실 저는 못 읽겠다 싶은 책은 중간에 빠르게 포기합니다– 이전에 소개해 드린 인류 역사상 최고의 통찰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는 제가 진화심리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인 분 중에 진화심리학 관련 지식이 많으신 분에 현혹되어서 진화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후에 진화심리학을 본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우선 그 뿌리인 종의 기원을 읽을 필요가 있었던 때문이지요.
여튼 이 책은 책 제목에도 있다시피 진화심리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으로 왜 우리가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는가 혹은 왜 우리는 어떠한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진화심리학의 해석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남자는 왜 남성스러운 성격을 갖고 있으며, 여자는 왜 여성스러운 성격을 갖고 있는가?' 에 대해 기존의 표준사회과학모델(SSSM : the Standard Social Science Model)은 우리는 빈서판의 존재로 태어나지만 부모나 사회에 의한 학습 때문에 남자는 남성적인 성격을, 여자는 여성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진화심리학에서는 다양한 증거 –부모의 가르침을 받을 만한 시간이 없는 갓 태어난 아기조차 남자 아기는 남성적인 성격을, 여자 아기는 여성스러운 성격을 갖고 있다는 다양한 실험 증거들– 를 통해 그것이 사회적 학습의 결과물이 아닌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기제라 설명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유전적인 기제는 자연선택이라는 진화 메커니즘에 의해 강화되었다고 합니다. –남성스러운 성격을 갖춘 남자들과 여성스러운 성격을 갖춘 여자들이 자손을 번식시키는데 더 유리했고, 결국 우리는 그러한 유전적 특성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결코 빈서판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이 부분이 재미있는게, 이 내용을 보면 맹자, 순자, 고자의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 역시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튼 흥미로운 내용도 많고, 맥락 이해도 잘 되는 부분이라 참 재미있는 학문이니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공부해 볼만한 영역인 것 같고, 또 이 책은 그 진화심리학에 대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니 읽어보시면 좋을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한 가지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너무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제로만 설명하려 한다는 느낌을 좀 받았습니다. 이는 마치 경제학에서 인간을 합리적 존재라 가정하고 모든 이론을 전개하다보니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을 이상하고 억지스러운 방식으로 설명하는 부분 –시민이 투표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라든가– 과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람이나 세상 같이 복잡한 존재를 설명하는데 하나의 생각으로 접근하기는 무리가 있으니, 설명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을 접근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컨대 군인이 전쟁에서 목숨을 바친다거나, 풍요롭지만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는 사람들 같은 개인의 신념이 강한 경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