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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경제학

정체성 경제학은 인간의 사회적 정체성을 기준으로 경제 활동과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분야이다. 인간의 심리적 측면을 기반으로 경제를 이해하는 행동 경제학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합리적인 인간을 가정한 표준 경제학에 대해 대안적인 이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정체성 경제학의 쉬운 예는 10살 이하 어린 아이는 회전 목마를 타면서 즐거워 하지만 10대 중반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데 그 이유는 10대 중반 청소년은 사회적인 정체성 상 회전 목마를 타면서 즐거워할 나이는 아니라고 스스로 인식하기 때문이다라는 것.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정체성 경제학에 대한 내용을 개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으로 물론 정체성을 기반으로 경제 현상을 이해하는 책 내용 자체도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개인적으로는 정체성 경제학이 행동 경제학과 표준 경제학과의 관계적인 측면에 더 큰 흥미가 있었다.
서양의 근대 철학이 신 중심의 중세 철학에서 벗어나 인간을 주체적인 존재라는 위치에 올려 놓았지만, 심리학에서 프로이트에 의해 무의식이 발견되고, 맑스에서 시작된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인간이 사회적인 존재임이 –부당한 지시에도 권위에 굴복하게 되는 밀그램의 심리 실험이 유명– 밝혀지면서 서양의 근대 철학이 무너지게 되었는데, 행동 경제학과 정체성 경제학의 등장이 마치 이러한 철학사의 흐름과도 비슷하게 느껴져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합리적인 인간을 설정하고 발전한 표준 경제학이 문제점을 드러내자 행동 경제학은 인간의 심리적인 면에서, 정체성은 인간의 사회적인 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
잡설이 길었는데 여튼 책 내용을 보자면, 여튼 이 책은 아직 발전 중인 정체성 경제학의 개론서로서 인간의 사회적인 정체성을 기반으로 기업과 교육, 성차별과 인종차별과 같은 이슈들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 표준 경제학이나 행동 경제학으로는 설명이 안 되지만 정체성으로 보면 설명이 된다는 것이 주 내용.
정체성 이론으로 대부분의 설명이 잘 들어 맞기는 하지만, 좀 더 정교화 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예컨대 조직의 구성원을 조직의 목표와 부합하는 인사이더와 그렇지 않은 아웃사이더로 2분화 한 것 등이 그러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것은 아직 오래되지 않은 분야라 더 발전하면 이론과 모델이 더 정교화 될 것이라 생각 됨.
하나 우려스러운 것은 성 차별 문제를 포함하여 많은 문제를 순수하게 사회적인 정체성 맥락으로만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인데, 사실 'Nature vs Nurture' 논쟁이 그러했듯, 인간은 본성과 사회성이 맞물려진 존재라, 인간의 심리적이고 본성적인 측면 –행동 경제학이 다루는 분야– 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회적인 측면만 다뤄서는 본질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 됨. 통합적이고 복합적인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책의 번역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원문을 못 봐서 내용 번역이 잘 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문장이 깔끔하지 못해서 그냥 쭉 읽다가 막히는 부분이 많았음. 그나마 책이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