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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스티어링

브레인스토밍은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만큼 오래되고 유명한 회의 방법입니다. 비판 없이 쏟아지는 다양하고 무수한 아이디어들의 폭풍 속에서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골라내는 이 회의 방식은 누구나 다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쉽고도 좋은 방식이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죠– 실제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는가? 하면 아마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웃할 거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책에 의하면 1957년에 출간된 알렉스 오즈번의 '실용 상상력: 창의적 문제 해결 원리와 절차(Applied Imagination: Principles and Procedures of Creative Problem-Solving)'에서 소개된 이래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온 브레인스토밍 방식은 사실 비효과적이고 비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연구 결과가 학계에서 꾸준히 발표되었으며 오히려 집단으로 회의하기 보다는 그 시간에 인솔자가 사람들을 모아 아이디어 목표를 알려주고 각자 방에 들어가 혼자 궁리하게 하는 편이 더 낫다고 합니다.
이는 –역시나 책에 따르면– 집단 환경에서 인간의 작업 효과와 효율을 극대화하는 심리학, 사회학 원칙을 많이 위반하기 떄문으로 쉬운 예로  20명이 참가한 회의에서 17명은 그냥 사람이 많은 데서 말하고 싶지 않아서, 아니면 까딱하면 다른 사람한테 싫은 소리 들을까 봐, 또는 자신의 아이디어나 견해가 나머지 19명의 시간을 뺏을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입을 잘 안 열게 되는 것이지요. 혹은 회의실에 있는 최고 권위자(사장님이라든가)가 아주 형편 없는 아이디어를 냈을 때, 그 아이디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인해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 방식은 사실 그다지 효용이 낮다고 합니다.
또한 막연한 브레인스토밍 방식 –뭔가 끝내 주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하는– 은 실제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적절한 제약 –책에서는 올바른 질문이라고 나옵니다– 이 주어져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유명한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다양한 컨설팅 경험을 쌓은 이 책의 저자인 코인 형제는 –영화 감독 코엔 형제가 아닙니다.– 이렇게 기존에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은 비효율적인 우리의 아이디어 발산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신들이 명명한 브레인스티어링이라는 방식을 소개하는데, 이는 올바른 질문에 의한 아이디어 발산과 아이디어의 체계화 절차화 등을 통해 –저자들은 체계화와 절차화가 결코 창의성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이야기 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프로세스를 뜻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게임을 디자인 함에 있어 플레이어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제공해 주는 것보다 오히려 명확한 제약(룰)을 줄 때, 플레이어들이 그 제약 속에서 훨씬 창의적인 다양한 플레이를 만들어 낸다 –보통 창발이라 표현하죠– 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제시한 방식이 크게 공감이 되었으며, 좋은 방식이라 생각 했습니다.
사실 처음 책의 표지에 나온 저자 형제들의 사진을 보고 시덥지 않은 책이 아닐까 했는데, 점점 읽어가며 '나쁘지 않군' 하다가 '이거 괜찮은데?' 했던 책인지라, 이런 아이디어 발산에 대해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 보셔도 좋을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