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참 묘한 것이 사람이나 기업에 있어 윤리라는 것이 성공과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윤리적이면서 성공한 기업도 있고, 비윤리적이 것 때문에 망한 기업도 있지만, 윤리적이지만 별로 성공 못 하거나 비윤리적이지만 성공한 기업도 있기 때문입니다.또한 조직 구조에 있어서도 조직 구조가 얼마나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냐 또한 성공과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민주적인 구조를 가졌지만 성공 못 한 기업도 있고 이 책의 주인공인 제프 베조스처럼 독재적 지도자가 군림하지만 엄청난 성공을 거둔 기업도 있기 때문입니다.–비윤리적인 행태와 독재적인 구조가 기업의 성공을 가로 막는다면 오라클 같은 기업은 벌써 망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개인적으로 기업의 –일반 개인도 마찬가지고– 성공은 '얼마나 적합한 판단을 잘 내리느냐'와 '그것을 얼마나 올바르게 실행 하느냐'에 있지 그 외의 것 –기업 철학, 기업 문화, 조직 관리, 개발 프로세스 등– 은 모두 결국 판단과 실행을 잘 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 합니다. 노키아가 현재 휘청 거리는 이유는 노키아가 나쁜 회사라서가 아니라 –노키아는 굉장히 좋은 회사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제대로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고, 아마존이 이렇게 잘 나가는 이유는 CEO인 제프 베조스가 그간 적합한 판단을 잘 내리고 그것을 잘 실행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할머니에게 담배를 줄이지 않으면 수명이 9년 줄어 들어들 것이라는 계산 결과를 얘기해 줄 정도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었고, 공급가를 낮추기 위해 출판사를 압박하고 출판사들이 공급가를 맞춰 주지 않으면 아마존 사이트에서 '원클릭'이나 '장바구니에 넣기' 버튼을 없애 버릴 정도의 나쁜 놈이었지만, 그는 아마존 창업 후 지속적으로 적합한 판단을 잘 내리고 실행하여 지금의 아마존을 일구어 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제프 베조스는 '나쁜 놈이지만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죠.–스티브 잡스는 더하다고 들었는데 아직 책을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예전에 본 영화에 따르면 인간적으로 참 나쁜놈 이기는 했죠. 여기서 하나 재미 있는 것은 이 책에서 이처럼 대단한 제프 베조스 조차 이기지 못 한 상대로 스티브 잡스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뭔가 글이 비윤리적이고 독재적인 것을 옹호하는 듯한 느낌인데 서둘러 첨언하자면 제가 이야기하는 글의 요지는 성공의 요인이 그것과는 큰 상관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지, 비윤리적이고 독재적이라도 성공하면 장땡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오히려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기업 활동을 하면 혹은 그러한 삶을 살면 나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는 순진한 믿음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런 믿음으로 살다가 실패 겪고 나서 '그래 세상은 참 더러워.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나쁜 놈이 되겠어' 이런 얘기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시스템을 오래가게 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100년 가는 오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윤리적인 가치를 기업 철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지요.윤리적이고 민주적인 기조하에 적합한 판단을 잘 내리고, 그것을 올바르게 실행하는 것이 오래 가면서 성공적인 기업 –또는 개인의 삶– 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이 아니기 때문에 제 생각이 틀렸을 가능성 높습니다.
자꾸 딴 얘기로 새는데 책 얘기로 다시 돌아와서 마무리 하자면, 아마존은 닷컴 버블에서도 살아 남았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세를 보이는 대단한 기업입니다. 그리고 그 기업의 수장인 제프 베조스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매우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런 아마존과 제프 베조스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으로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