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기에 적어도 현세대에는 AI보다 훨씬 파괴력 있을거라 생각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3세대 기술인 CRISPR-Cas9 (이하 크리스퍼)를 개발자하여 노벨상 0순위로 꼽히는 다우드나 교수의 저서. 크리스퍼에 대한 글은 많지만 개발자가 직접 쓴 글이라 더 가치가 있게 느껴진다. –하이젠베르크의 <
>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것보다는 명료해서 좋았다.
책은 크게 유전자 편집 기술의 흐름을 쫓는 부분 –본인이 크리스퍼를 개발하기까지– 과 크리스퍼 기술이 가질 수 있는 미래 모습에 대한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반부는 생물학에 대한 이해가 있지 않으면 따라가기 쉽지 않고 –나도 생물학은 몰라서 대부분 이해를 잘 못했음– 뒷부분은 인문학적인 부분이라 생각해 볼만한 점이 많았음.
저자는 자신이 만든 기술의 파괴력이 너무나 강력해서 원자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와 같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그래도 발견한 기술을 인류를 위해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토론 중에 누군가가 이야기한 크리스퍼로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을 치료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죄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세상을 변화시킬 발견, 발명을 해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고뇌가 느껴져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나는 늘 기술 자체에는 선악이 없고 –칼 자체는 죄가 없다. 그걸로 사람을 찌르는 사람이 죄지– 현실 세계에는 경계가 모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자연이고 어디까지가 인위인지 구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크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류가 가본적 없는 길에 들어섰을 때의 두려움이야 있게 마련이지만, 여튼 나아가면서 생기는 문제는 그 상황에 맞게 바로 잡으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