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알고리즘 전문가인 문병로 교수가 이야기하는 수치와 확률에 기반한 주식 투자 방법.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후술 하겠지만 나는 주식에는 손대지 말라는 쪽에 가깝다– 동저자의 알고리즘 책을 보다가 통계와 관련된 내용이 좀 있는 것 같아 읽게 되었음.
저자는 주식 투자에 대해 통계적 사고와 세상의 파동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데 –오르고 내리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그걸 인내해 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 개인적으로도 동일한 세계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상은 확률-통계적이고 세상의 변화는 파동적이다– 책이 다루는 분야가 전혀 관심 없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배운게 많았다. –인간이 비합리적이라든가, 효율적 시장을 강조하는 경제학을 까는 이야기는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새롭지도 않음.
저자의 세계관에도 동의하고, 저자가 스스로 이야기하듯 저자의 알고리즘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는 것에도 동의하지만 –단순히 추세선을 분석하는게 아니라 실제 기업의 재무제표 분석을 바탕으로한 투자 알고리즘– 주식에는 손을 대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주식을 제대로 하려면 자신이 투자하는 대상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감시해야 하는데, 이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이 하나의 이유이고 –이래서 투자를 대신해 주는 사람이 먹고 사는 것이다. 기업 분석도 안하고 주식 투자 하는 것은 그냥 전재산 걸고 주사위 굴리는 것과 같음–
결국 주식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을 따라가는데, –이래서 나는 주식 시장을 랜덤워크라고 보는 시각에는 반대한다. 주식 시장이 완전 랜덤이면 기업의 성과와 별개로 주식 가격이 매겨져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의 성장이 기업의 역량만 갖고는 안되고 운의 영향이 크다라는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 사업이라는게 단순히 잘하기만 한다고 성공하는게 아니다.
물론 분야마다 그 크기는 다르겠으나 사업의 성공에는 운이 결정의 영향이 상당히 큼. 대단히 정량화된 분야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경우 운이 성공의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나심 탈레브는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유일한 차이는 '운'이라고 했는데, 나도 완전히 동의한다. 역량이 높으면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만 그것이 성공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손자는 전쟁에 패배하는 것은 나에게 달린 것이지만, 전쟁에 승리하는 것은 적에게 달린 것이라고 했다. 성공은 내가 잘해서 이룰 수 있는 영역 바깥에 있다. 내가 잘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 뿐.
다시 말해 근본적으로 운에 기대고 있는 사업가에게 기대는 것이 주식투자라서 주식에는 손을 대지 않는게 좋다는 것이 나의 지론. 주식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이 사업을 해서 본인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차선은 저자와 같은 높은 확률로 시장에서 승부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