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전기로 유명한 우러터 아이작슨의 크리스퍼 혁명에 대한 책. 처음에 표지만 보고 스티브 잡스랑 비슷하게 다우드나에 대한 전기인가 싶었는데, 실제 내용은 크리스퍼 혁명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주다. 다우드나는 주인공 정도의 위치.
크리스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생명공학에 워낙에 큰 영향을 끼친 업적이고 자연스레 사업화로 이어질 수 기술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관련자들 사이에 갈등도 많았던 기술이라 다소 논쟁이 있을 수는 있다. 그래도 저자가 초점을 맞춘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가 —장펑을 제외하고— 노벨상을 탔기 때문에, 책이 객관적인 위치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듯.
다만 아무래도 저자가 미국인이기도 하고, 다우드나가 미국인이라 스팟라이트를 다우드나가 좀 더 받는 느낌이긴 한데, 실제 연구를 먼저 시작한 사람은 샤르팡티에고 다우드나는 나중에 참여한 사람이기 때문에 —물론 다우드나 참여로 돌파구가 열렸기 때문에 다우드나가 단순 참여자는 아님— 샤르팡티에 진영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물론 저자는 반복적으로 자신은 다우드나의 입장에서 이 책을 썼다고 이야기 함.
크리스퍼 발견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절반 정도 되지만, 내가 보다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크리스퍼가 끼칠 수 있는 미래 영향력에 대한 논쟁에 대한 부분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유전병 치료는 괜찮아도 유전자 편집이 불러올 양극화를 우려했으나, 현대의 컴퓨터가 대부분의 가정에 존재할 만큼 가격이 저렴해진 것처럼 유전자 편집의 가격이 매우 저렴해진다면 유전적 양극화 걱정은 생각한 것보다는 덜하지 않을까 하는 것.
결국 사회는 상류층은 상류층끼리 결혼하면서 일종의 더 나은 유전자 교배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미래의 저렴해진 유전자 편집은 그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물론 유전병과 같은 코드만 바꾸면 해결되는 문제와 달리 지능 같이 종합적인 것은 —심지어 키를 결정하는 유전자도 없다고 하니— 과연 유전자 편집으로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
여튼 이 책은 크리스퍼 혁명과 그 미래에 대해 관심 있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