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과학자들이 환원주의적인 시각으로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 성분을 해독하면 그 전체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졌었고 실제로 현대 과학은 자연을 구성하는 조각들에 대해 거의 알아 냈지만, 현대 과학이 자연 전체에 대한 이해가 과거보다 그만큼 나아졌냐 하면 그것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탄소 원자로 구성되었지만 그 배열로 인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다이아몬드와 석탄의 예처럼 단순히 구성 요소가 어떠한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전체를 이해할 수 없고, 그 구성 요소들의 관계가 어떠하느냐를 함께 봐야 비로소 전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관계를 이루는 조합은 무수히 많아서 사실 그 수많은 관계 조합을 모두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네트워크라 하니 마치 컴퓨터 과학을 다루는 것 같지만 –물론 저자가 발견한 네트워크 법칙은 인터넷을 통해 발견한 것이긴 합니다만– 네트워크라는 것이 비단 인터넷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수 없이 많은 것들, 예컨대 자연생태계나 인간사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조직 –특히 두뇌– 또한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책의 논의는 사실상 자연계와 인간사회 전체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사가 점점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를 늘려온 것처럼 과학 역시 지식을 넓혀왔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복잡계 시스템과 네트워크로 요소들의 관계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20세기를 대표한 지식이었다면 아마도 21세기는 복잡계 –시스템, 진화, 네트워크 등을 포함한– 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단순히 교양적 지식을 너머 복잡계는 자연 생태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이루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구조를 이해하고 창발, 창의, 혁신의 발생이나 지식과 유행의 전파와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복잡계를 이해하신다면 다른 지식을 배움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자신이 과학자의 길을 걷지 않는 이상 그 복잡한 수식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그저 과학자들이 밝혀낸 현상과 지식에 대해 이해를 하고 그 지식을 자신이 하는 일에 활용하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늘 게임 디자이너로서 디자이너라는 직군에 속해 있다면 반드시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 때문에 미시적인 관점 –개인– 에서 '심리학', 거시적인 관점 –인간 사회– 에서 '복잡계'를 이해하면, 더 나은 디자인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책은 네트워크 과학의 선구자인 저자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잘 쓴 책이기 때문에 꼭 한 번 쯤 읽어 보셨으면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