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의 멱함수 분포에 대한 이야기. 많은 학자들이 세상이 정규 분포일거라 믿고 그에 따라 이론을 만들지만 사실은 멱함수 분포 –책에서는 멱함수 분포 대신 '극단적인 세계', '검은 백조' 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가 훨씬 많기 때문에 그들은 큰 실패를 겪게 된다는 것이 주 내용. 내용은 괜찮긴 하지만 간단히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을 참 길게 썼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흐르는 것이 아니라 도약하는 것이다'과 '검은 백조는 사전적으로는 예측될 수 없지만 사후적으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내용에 혹한 것과 많은 책들이 이 책을 인용한 점 때문에 읽게 되었는데, 기대한 내용은 거의 없고 나에게는 좀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는 이야기를 길게 써서 그냥 저냥 했다. 오히려 책 중간에 잠깐 언급되는 저자의 이전 책인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가 내가 기대한 내용이 많을 것 같은데, 품절되어 참 아쉽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금융 위기를 예언했다 해서 유명해졌는데, 사실 이 책에서 금융 위기를 예언한 적은 없다는 점.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거대해진 금융 회사로 인해 기존보다 더 큰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건데,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진 후 그게 마치 예언처럼 되어 버려서 유명해진 것.–나는 멱함수 분포를 이야기하는 책을 꽤 많이 읽었지만, 어느 책도 이 책만큼 유명하지는 않다– 저자 본인은 예측은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이 예언 때문에 유명해지다니 참 아이러니 하다.
책의 내용에 가장 깊게 공감하는 것은 '예측'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 3체 문제라든가 당구공 문제와 같은 수학적인 문제로도 증명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예측의 정도를 기준으로 이론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에 반감이 있다. 우리가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발생한 사건들을 얼마나 많이 예외 없이 설명해 낼 수 있느냐 하는 '이해'가 핵심이라는 것. –다윈의 자연선택은 이해의 영역이지 예측의 영역이 아니다.
예측이란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될 때 근거리에 한해 –당구공이 벽을 9번정도 튕기면 우주의 맞은 편에 있는 전자의 영향력까지 계산해 넣어야 한다–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것. 또한 언제든지 우리의 지식 범위 바깥에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 또한 완전한 것은 아니며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
많은 학자들 –특히 경제학자들– 이 숫자 놀음으로 미래를 예측하려 하지만 그것은 애초에 잘못된 전제로 문제를 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