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내 생각과 달리 이번 작품은 5.18을 직접적으로 다룬 <소년이 온다>와 달리 4.3 사건 자체를 직접 다룬다기 보다는 전체 이야기의 일부로써 다뤄짐. <소년이 온다>와 유사하게 피해자들의 아픔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5.18에서 시작해서 점점 현대로 시간이 진행되며 당시 사건 피해자들의 그 뒤의 이야기를 완결성 있게 다뤘던 것과 달리 4.3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기대와는 달랐음. 개인적으로는 그런 면에서 <소년이 온다>가 좀 더 좋았다.
하나 논란의 여지가 될만한 부분은 아무래도 피해자들이 정부군에 의해서만 학살되는 것처럼 묘사가 나오는 부분인데, 쿠테타 세력이 시민들을 고문하고 학살한 악이 분명한 5.18과 달리 4.3은 공산주의 세력이었던 남로당이 일으켰던 폭동에서 시작된 사건이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정부군 뿐만 아니라 남로당 세력도 무고한 시민들도 같이 학살한 사건이라 정부의 잘못만 이야기하는 것은 사건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생각 됨.
4.3은 결국 여순 사건으로 이어져서 또 남로당 세력이 반란을 일으켜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고, 이를 진압하려 투입된 정부군에 의해 다시 무고한 시민이 학살되는 비극이 반복되고, 이는 다시 보도연맹으로 이어지는 한국 전쟁 직전의 비극인데, 이를 당시 정부의 잘못으로만 다루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음. 전쟁에서 발생하는 민간인 학살은 분명 잘못된 일이고 비극이지만,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민간인 학살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지만,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몰아갈 수는 없다는 것. —사실 이것은 전쟁 자체의 비극이다. 어린아이와 노인, 여자들도 얼마든지 적과 정보를 내통할 수 있기 때문에, 적과 관련자를 정확히 찾아내어 제거하는 것은 마치 암 환자를 치료할 때 암세포만 골라서 제거하는 것처럼 현실성 없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정상세포에 대한 피해는 피할 수 없고, 그것을 어느 정도로 막느냐가 문제. 사실 이 때문에 전쟁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는게 최선이다. 전쟁 시에는 평화 시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